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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미루기의 달인, 완벽주의 강박 벗어나기

by 블루베리열매 2024. 3. 14.

'완벽주의자'라고 하면 흔히들 자기관리 잘 하는 완벽한 사람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는 더 이상 완벽주의가 칭찬이 아닐 것 같다. 완벽주의란 자신에게 높은 기준이나 목표를 설정해 두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실패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갖는 강박적 경향을 말한다. 완벽주의의 증상으로는 먼저, 무엇이든 아주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항상 피곤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것에 있어서는 실패로 간주하며 과정을 고려해 주지 않는다. 가령 다른 사람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을 예상하고 그 사람들과 거리를 두거나 멀어져 버린다. 한번 시작해서 잘 해내지 못하면 실패이기 때문에 무언가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이 때문에 할 일을 자주 미루게 된다. 많은 현대인들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고 내가 자꾸 무언가 미루는 원인이 완벽주의에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완벽주의의 사전적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루기를 원하여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보다 완벽한 이상적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는 신념이다.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설정하여 높은 성취감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상태를 가지는 사람을 완벽주의자라고 부른다. 완벽주의가 다른 심리학적 질병처럼 꼭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기능을 살펴보면, 고난과 장애 속에서도 동기부여를 갖게 하여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데 일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성과가 좋고 이에 따라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되어도 자신만의 기준에 완벽하게 충족되지 못하면 스스로를 깎아내리거나 비난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유명한 운동선수나 과학자, 예술가 등에서 완벽주의가 쉽게 나타나곤 한다. 명장 이순신 역시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기 때문에 임진왜란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완벽주의의 부작용 중 하나로 지네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지네가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걸으면 수많은 다리들과 함께 잘 걸을 수 있는데, 만약 지네가 자신의 다리 중 어느 다리를 먼저 딛고 어떤 다리를 다음에 내디뎌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걸으려고 한다면 오히려 걸음이 꼬여 제대로 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때로는 지나친 완벽주의가 오히려 독이 되어 능률을 낮추기도 한다는 것이다. 

 

 

완벽주의가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아주 다양한데, 첫 번째는 이상적인 자아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 불일치 이론으로 설명되는데,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자신을 현실에서도 똑같이 만들고 싶어 하는 노력에도 이상이 너무 높아 만족감이 높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더 큰 자신에 대한 불만을 초래한다. 두 번째는 부모의 양육 태도이다. 부모로부터 거절당하지 않고 인정 받기 위해, 즉 사랑과 수용을 받기 위해서 실수를 피하고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다 보니 생긴 결과인 것이다. 요즘 오은영 선생님이 방송에서 자주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 강조하신다. 부모는 아이들이 실수를 하던 성적을 잘 받지 않던 그 어떤 상황과도 관계 없이 자식들을 사랑한다는 절대적인 믿음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서 엄마에게 사랑받기 위해 더 잘 하려고 하는 완벽주의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세 번째는 친구들과 동료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경쟁 사회로 인한 것이다. 경쟁사회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자신이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가늠해야 한다. 어떤 분야이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 구조가 완벽주의 성향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완벽주의자가 조금은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마음가짐에 대해 알아보자. 첫 번째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 놓는 것이다. 부담감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시작도 안 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는 것 보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시작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것에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닐까. 부담감이 높으면 시작하기 전 수없이 스쳐 가는 생각들로 인해 더 실행하지 못 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는 실패하는 것에 적응하는 것이다. 큰 실패에는 적응하기가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크고 작은 과업들에는 크게 중요한 것도 있지만 사소하고 매일 하는 일들도 있다. 모든 것에 부담을 느끼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우리는 앞으로의 나날들이 힘겨울 것이다. 사소한 것부터 도전하여 실패를 많이 경험해 보는 것은 실패에 적응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 마지막은 이전 두 가지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무작정 해보는 것이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려 놓고 실패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무작정 해보는 것은 완벽주의를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완벽주의로 인한 강박은 흔히 나타나는데, 이러한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은 반복적이고 원하지 않는 강박적 사고와 강박적 행동을 동반하게 된다. 강박장애는 50명 중 1명이 가지고 살아갈 정도로 흔한 병이며 증상의 심한 정도는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타인이 보기에는 정상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강박적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반복된 행동 중에서 실수가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또다시 반복한다. 편집증과도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심은 또 다른 강박적인 사고를 낳게 되고 강박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