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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인지부조화, 자기정체성 유지를 위한 자기합리화

by 블루베리열매 2024. 3. 15.

심리학에서 인지부조화란 두 가지 이상의 상반되는 생각이나 믿음을 동시에 가질 때 또는 기존에 갖고 있던 정보와 반대되는 새롭고 낯선 정보를 접했을 때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불편한 느낌 등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자기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상황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상태를 말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는 인간이 자기 행동, 태도, 신념들 사이에 모순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챌 때 발생하는 불편한 마음 상태라고 인지부조화를 정의했다. 

 

인지부조화 상태에 빠지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인지부조화를 없애는 쪽으로 노력하기 마련이다. 본인의 생각과 반대되는 객관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이 사실을 단순화시키며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태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에서 상대방 팀이 반칙을 범하면 매너가 형편없고 못돼먹은 놈들이라며 비난한다. 그러나 우리가 응원하는 팀이 반칙을 저지른다면 아무리 명백한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외면하거나 또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한편 인지부조화는 성장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겪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인지부조화를 경험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고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지, 아니면 거부하고 합리화하며 고정된 태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개인이 경험과 현실 사이의 불일치를 불편해하고 일치를 추구할 것이라는 가정으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그들의 사고와 관념을 외부의 다른 요인들과 일치시키기 위해 불일치를 해소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사람들이 긴장하고 스트레스받는 것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레온 페스팅거에 의하면 네 가지 방법을 통해 부조화를 줄일 수 있다. 첫째는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무엇을 하고자 다짐 했다면 그것에 맞게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둘째는 인지를 바꾸는 것이다. 본인이 다짐한 것을 지킬 수 없을 때 부조화를 없애기 위하여 본인이 지키지 못한 행동에 대해 정당화하거나 이 정도는 괜찮을거라고 합리화한다. 셋째는 새로운 인지를 통해 행동이나 인지를 정당화한다. 무엇을 하고자 한 다짐의 기준을 조금 낮추고 새로운 인지를 받아들이며 더 큰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가지고 있는 믿음에 대한 정보를 무시하거나 부정한다. 이제는 다짐과는 상반되게 행동하는데도 불구하고 다짐과 행동이 관련이 없는 것처럼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페스팅거의 실험에 의하면 대부분 인지부조화는 다음 네 가지의 패러다임 형태를 가지고 있다.

*패러다임: 한 시대의 사람들의 사고 및 견해

 

1. 믿음/불일치 패러다임

부조화를 겪고 있는 자신의 신념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조화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통해 부조화를 해소하려고 할 것이다. 인지부조화의 초기 단계는 페스팅거의 책에도 등장하는데, 책에서는 UFO라는 일반 사람들이라면 믿기 조금 어려운 존재의 착륙에 대한 예언이 나온다. 해당 예언이 잘못된 예언이었을 때 신도들의 변화를 설명한다. 신도들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 그들만이 UFO로 인한 지구의 종말에서 살아남아 자유로울 것이라는 망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당연하겠지만 예언 시간이 다 되었을 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신도들은 아주 심한 인지부조화를 겪었다. 그러나 신도들은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부조화를 그냥 수용하게 된다. 그들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대신 본인들의 신념을 깨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또 다른 가설(이라고 쓰고 망상이라고 읽음)을 만들어 냈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두 번째 기회를 준다고 믿으며 계속해서 U
FO의 존재와 지구의 종말론에 대해 믿게 되었다.

 

2. 유도된 복종 패러다임

페스팅거는 실험에서 학생들에게 지루한 일을 하도록 부탁했는데 학생들이 부정적인 태도를 갖도록 설계된 일이었다. 한 집단에는 1달러를 주며 이 일이 흥미롭다고 다른 실험자들을 설득하도록 하였고, 또 다른 집단에는 20달러를 주며 긍정적으로 인식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연구 결과 1달러를 받은 집단이 20달러를 받은 집단보다 훨씬 더 긍정적으로 일에 대해 평가했다. 이는 1달러를 받은 집단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일이 즐겁다고 긍정적으로 설득하면서 지루하다는 것을 더욱 확실하게 느꼈고 이로써 인지부조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반면 20달러를 받은 집단은 행동을 외부 정당화했고 인지부조화를 상대적으로 적게 겪게 되었다.

 

3. 자유 선택 패러다임

실험자들에게 어떤 것들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하고 그중 여러 개를 구매하도록 한 후 다시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실험자들은 본인들이 구매한 것에 대해서는 더 좋게 평가하고, 본인이 구매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더 낮게 평가했다. 쉽게 말해 '나는 A를 선택했다'라는 결정은 'B에도 괜찮은 점이 있네'라는 인지와 서로 부조화하기 때문에 이러한 불편한 감정을 최소화하고자 본인들이 구매한 것에 대한 평가만 좋게 남긴 것이다.

 

4. 노력 정당화 패러다임

한 집단은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통해 단체에 가입하게 하고, 또 다른 집단은 쉬운 가입 조건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경험한 집단은 단체 자체도 지루하고 재미없게 설계되었음에도 더 좋게 평가되었고, 쉬운 가입 조건을 경험한 집단은 평가가 크게 좋지 못했다. 자신이 큰 노력을 들여 목표를 이루면 결과가 나쁘더라도 이러한 현실(부조화)을 받아들이지 않고 좋게 평가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