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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선택장애,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어떤 것에도 만족할 수 없다.

by 블루베리열매 2024. 3. 14.

선택 장애 또는 결정장애,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는 상태에서 쉽게 어느 한쪽을 고르지 못 하는 성격을 말하는 신조어이다. 물질 풍요와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면서 현대인들은 끊임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 이러한 선택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무자본 창업이 가능해지고 직접 만나지 않아도 온라인상에서 네트워킹이 가능하며 질 좋은 강의를 유튜브로 쉽게 공짜로 들을 수 있다.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방향을 찾지 못해 어영부영 하는 우리 세대를 나타내는 말이다. 의학적으로는 질병으로 인정되지는 않는 사회 현상으로 본다.

 

외국에서는 Generation Maybe(메이비 세대)라고 불리며 단순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님을 시사한다. 우리는 모두 잘 지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에서 나 혼자 앞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치고 있는 그런 느낌, 어떤 것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느낌, 무엇이 옳은 길인지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옳고 그름을 잃어버린 느낌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의 윗세대는 '우유부단하다', '팔자 좋다', 결단력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이러한 세대 특징은 정말로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급격한 사회 변화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화 되는 현대 사회에서 선택의 범위는 과거와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방대해 졌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졌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에서는 성공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진학하여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현대는 조금 더 복잡해졌다. 공부를 잘 하고 좋은 대학의 가는 것이 성공의 보장이라는 법은 없다. 어떤 필드에서 어떤 재능으로 성공한 사람이 될지 모른다. 수많은 기회가 생긴 만큼 수많은 오답이 존재하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한국에서는 부모들이 자식들을 결정장애로 만드는 데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모에게 사사건건 간섭과 통제를 받아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잃게 되고 결과적으로 결정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일보에서는 부모가 너무 간섭해서 힘들다는 대학생들의 고충을 다룬 적도 있었다. 다 큰 자녀의 주위를 뱅뱅 돌면서 이것저것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일명 '헬리콥터 부모'들이 자녀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 장애 또는 선택 장애를 우리는 '햄릿 증후군'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영국의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인 <햄릿>에서 유래했다. 해당 작품 안에서 덴마크 왕자로 등장하는 햄릿은 닥쳐오는 비극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덴마크 국왕인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복수를 결심하는데 복수를 실행할 방법을 두고 많은 고민과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이러한 끊임없는 고뇌를 통해 햄릿은 자신의 결단력을 의심하게 되며 자신에 대한 믿음도 잃게 된다. 자존감을 완전히 잃은 그는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어떠한 결정도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고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이 난다.

 

이처럼 햄릿 증후군이란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현대 소비자의 심리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햄릿 증후군을 유행시키는 데에는 온라인 기술의 발달도 한몫했다. 예전에는 쉽게 얻기 어려웠던 전문 지식이나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도 인터넷을 통해 손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런 현상들을 기회로 삼아 햄릿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한 큐레이션 서비스나 컨설팅 서비스의 사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다음은 한 책에서 나온 결정장애 극복 방법이다. 꼭 이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며 여러 방법의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길 바란다. 물건을 하나 살 때도 가성비가 가장 좋은 후기가 가장 좋은 제품을 고르기 위해 온라인상에 올라온 거의 모든 제품을 확인하고 상세 페이지를 분석하고 후기를 찾아본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한 필자는 '24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보다 6종류만의 잼을 진열했을 때 잼의 매상이 10배나 증가했다'는 한 마트의 분석을 보게 되고, 이를 통해 본인의 생각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필자는 첫 번째 극복 방법이 선택지를 3개 이하로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4개 이상의 선택지는 혼란스럽게 하고 나쁜 경우 선택 자체를 포기하도록 한다. 방법 두 번째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즉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라면 최초의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그것을 구매하기 위해 마트에 왔다면 최선의 것을 선택하려 하지 말고 최초의 것을 선택해 만족하는 것이다. '이걸로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얻고 그걸로 만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고르고, 여기저기서 좋다고 들려오는 수많은 선택지들을 배제함으로써 자신이 몰두하고 싶은 일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이 진정한 풍요로운 삶이라고 한다. 

 

   --- 나는 미니멀리스트, 이기주의자입니다. 저자: 미니멀리스트 시부, 고향욱 옮김

 

극복을 위해 또 다른 관점으로 보면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 없이 주눅 들어 있는 상황에서 결정을 하는 것이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성격이나 취향을 잘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작은 것부터 자신이 결정하려는 생각, 이것이 너무 어려울 때는 시간을 정해 그 시간 안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떠한 결정을 하는 것 등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이 결정을 내리고 후회로 인한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또는 좋은 결과로 기쁨을 맛보는 경험을 반복한다면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